세종시_마을공동체

나로삶, 발달장애인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세종시를 꿈꾸다

아카이브 담당자
게시일 2023.10.20  | 최종수정일 2025.05.07

 
세종특별자치시는 선주민과 더불어 전국 방방곡곡에서 모인 사람들로 이뤄진 다양성의 도시입니다.
그래서 세종시민들의 직업도, 삶의 형태도 다양합니다.
다채로운 삶을 살고있는 세종시민의 모습을 '세종 삶의 현장'에서 만나봅시다.



 
'나로삶'은 '자립과 돌봄의 새로운 모델을 통해 세종시에서 발달장애인 가족이 함께 나이들어가는 삶'을 지향하는 공동체입니다.
세종시 곳곳에서 이웃으로, 또 공동체로 발달장애인을 만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이 모임의 이름 '나로삶'에 그들 삶의 지향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2020년, "함께 길을 걷자"는 간단하고 명료한 활동으로 시작한 나로삶의 기록. 10월의 어느 날 나로삶 김찬경 대표와 이혜진 활동가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나로삶은 발달장애인을 자녀로 둔 세종시민 동갑내기 5명이 모여 만든 공동체입니다. 처음에는 발달 장애인 엄마들의 자조모임으로서 같이 운동하고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혜진 활동가가 공동체 사업을 소개하며 함께 본격적인 활동에 도전해보기로 했죠.
 
 

| "투명인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하다.


세종시에 이주한 나로삶 구성원들은 다양한 사람들이 지역 곳곳에서 활동하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고 말합니다.

"공동체 사업을 살펴보니, 세종시에 마을공동체가 정말 많더라고요. 정말 다양한 분들이 지역 곳곳에서 활동하시는 걸 보고 정말 놀랐어요. 인상깊었던 건, "발달장애인과 발달장애인 엄마들도 세종시에 살고 있는데 왜 마을 공동체에 우리가 없지?" 였어요. 우리가 투명인간이라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지역에 우리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발달장애인을 향한 일회적인 수혜를 받는 위치에 있고 싶지 않았다고 나로삶은 이야기합니다. 발달장애인과 가족이 일방적인 복지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 사업을 통해 '지역의 일원으로 살아가기'를 시작하려고 했습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자, 치료실이나 복지관 어디도 갈 수 없는 그야말로 '고립과 감금'의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엄마들이 오롯이 받아야 했습니다. 이런 갑갑한 상황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구상해 냈습니다. 바로 함께 걷는 길, 씨앗마을학교 사업이었죠. 나로삶 가족들은 전부 다른 지역에서 왔고, 세종이 처음이다보니 가볼 만한 곳이 꽤 많았습니다.

"코로나-19 때가 정말 아무도 우리의 문제를 바라보지 못하는 시기였어요. 그런데 이 문제를 의식하고 스스로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담으니까, 마을 공동체로 받아들여지더라고요. 그렇게 시작을 했죠."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하는 걱정거리 중 하나는, 성인이 된 자녀와 자신의 삶입니다. 아이들이 스무 살이 되면 엄마들은 50대에 들어설 시기입니다. 성장기의 아이들을 데리고 연예인만큼 빡빡한 스케줄에 치료실과 복지관을 뛰어다녔던 엄마들은 체력이 방전되고, 막상 사회에 나가야 할 시기에 아이가 크게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무력감에 빠지기도 하죠. 개인적인 회복과 사회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엄마들이 힘을 쓸 여력이 없어지는 상태가 되니, 그럼 마을 공동체 활동으로 회복을 시작해보자, 그래서 되찾은 에너지로 아이들이 지역에 나가서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보자. 그런 마음으로 나로삶 구성원들과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 작은 공동체들이 모여 공동의 숙제를 풀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자


2021년 성인전환기 발달장애인 부모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은 나로삶의 공동체 비전을 그려준 사업입니다. 구성원 한 명이 직접 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꽃꽂이와 페이퍼 무드등 만들기... 엄마들이 자발적으로 맡아서 준비하고 재능기부를 하며,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과의 협력도 이끌어 냈습니다. 발달장애인 친구들을 잘 이해하는 분과 협력해 함께 꽃꽂이 강좌를 해보기도 하고, 다도회를 열어 엄마들이 그동안 놓쳐 왔던 문화체험도 하는 한편 3D프린팅 사업을 하시는 사장님과 함께 3D프린팅 사용 교육도 했습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생겼습니다. 각자의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실험해보며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공동체에 유익한 방향으로 발휘할 기회를 경험하게 된 것이죠. 한 구성원이 스스로에게 묻듯 던진 질문은 나로삶 사람들이 자신을 회복하는 과정임과 동시에 사회의 기여자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왜 우리는 맨날 지원을 받기만 해? 우리도 얼마든지 사회에 봉사할 수 있어.


2021년을 마무리하는 성과공유회에서 나로삶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점점 세종시의 복지 생태계를 바꾸고 싶다는 마음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공동체에 모인 사람들끼리도 각자 의견과 입장이 조금씩 다릅니다. 하물며 복지 영역의 여러 분야에 걸친 의견을 어떻게 하나로만 밀어붙일 수 있을까요. 그래서 공동체의 인원을 늘리고 덩치를 키우는 것보다는, 작은 공동체들이 각자 원하는 일을 하다가 공동의 과제나 이슈가 있다면 모여 함께 힘을 발휘하는 방향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연결고리의 역할을 맡아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장애인 관련 단체를 연결하는 역할을 우리가 해보자고 했어요.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세종사회적경제공동체센터, 평생교육진흥원 같은 곳들을 만나기 시작했어요. 그땐 전년도를 너무 바삐 보내서 지쳤다고 생각했지만, 또 금방 회복해서 파랑새 학교나 장애인 문화활동 공모사업, 장애인인식개선연구회 사업들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또 라인댄스 같은 체육활동, 뜨개모임의 전시회, 3D프린팅 모임도 사업팀으로 구성했어요. 이런 사업들을 통해 각자 필요한 것들을 충족시키고 이후에 자신의 자리에 돌아가서 힘을 내는 방향으로요."


 

또 발달장애인에 대한 돌봄과 교육 개념이 혼재되어 있는 현실의 문제의식을 확인하고,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평생 교육에 대한 개념 정립을 위해 먼저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장애인 당사자와 부모들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토크쇼도 진행하고, 인식개선연구회를 매년 개최하기도 합니다. 나로삶은 몸이 10개라도 모자라지 않을까요?

 

 

| 나를 회복함을 넘어서 사회적 기여자가 되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은 항상 '받는 사람'의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로삶이 보내온 3년이라는 짧은 시간 사이, 그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사회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습니다. 나로삶은 자조모임에서 시작했지만 그들의 정체성은 서서히 진화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역할을 스스로 정립하고 공동체 전체에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을 찾게 된 것이죠.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활동 속에서 발달장애인 아이들은 공동체 의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나눔과 기부를 통해 사회 속에 함께하며 지역 공동체가 갖는 이슈를 인식한 것입니다. 올해 나로삶은 성인전환기에 들어선 아이들의 엄마들이 공동체 구성원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쿠킹클래스와 손뜨개 작품 전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대가 변했다고 김찬경 대표와 이혜진 활동가는 입모아 강조했습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다’는 절실한 바람은 더이상 현실에 맞지 않게 되었습니다. 초고령화 사회에 돌입하고 있는 지금, 25살에 자립한 발달장애인은 혼자 80년을 살아야 합니다. 부모는 25년 간 치열하게 아이의 자립을 준비하다,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50년을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엄마와 아이가 자신의 터전에서 자립과 돌봄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지역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나로삶은 이야기합니다.



저희는 세종시에 정착하려고 내려왔거든요. 그런데 장애인 가족의 삶에서는, 어떻게 보면 저희가 스스로 잘 가꿔야 하는 도시가 되어 버렸어요. 이왕 어떻게 잘 가꿀까 생각해보면 지금 떠오르는 키워드는 다양성이에요. 세종시 발달장애인 인구는 몇 년 전에는 1,500명 대였다 지금은 1,400명 대로 줄었더라고요. 아직까지는 발달장애인이 적응하기 힘든 도시인거에요. 장애인을 취약계층으로서 배려해야 하거나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는 존재로 보지 않고 그저 다양성의 하나로 보면서, 더 많이 지원해야하는 사람들이 아닌 맞춤형 지원을 통해 사회적 역할이 가능한 사람으로 보면 어떨까...이런 생각을 공유하고 싶어요.


공동체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로삶의 활동은 다양성을 수용함과 동시에 사회의 제도와 시스템에 녹아들도록 스스로 만들어가겠다는 의지가 필요한 일입니다. 활동을 통해 다양성을 가진 사람들이 자립할 기반을 직접 만들어가는 과정이 인상 깊습니다. 이런 공동체가 점점 늘어나 활동의 범위가 넓어진다면, 세종시는 누구나 살기 좋은 포용의 힘을 도시가 되지 않을까요?
 

| 나로삶의 기억 저장법


도시별로 각자의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면서 성장을 하는 요즘, 나로삶은 세종에도 공동체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문화가 널리 퍼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김찬경 대표는 세종시가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서 함께 의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현재진행형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지금, 활동을 기록으로 남겨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활동 앨범을 펼쳐서 보여주고 있다.
활동 앨범을 위와 같이 정리해두었다.

처음 공식적으로 공동체 활동을 시작했던 씨앗마을학교 때에도 활동 결과물을 사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또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사업에서 있었던 모임과 활동을 사진으로 인화해 앨범에 잘 정리해 두었습니다. 또 라인댄스 강습에서 회차별로 아이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직접 편집해, 처음엔 어색해 하던 아이들과 선생님이 마지막엔 활기차게 연습하는 모습, 또 새로운 친구가 함께 하게 된 모습까지도 담아내었습니다.

"사실 다른 것보다도, 너무 바삐 활동하다보니 제가 한 일인데도 금방 잊기도 하더라고요. 기록을 다시 열어보게 되면 새록새록 생각도 나고, 또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의미가 크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사례발표 준비할 때도 기록을 찾아봐야 하는데 잘 정리되어 있으면 찾기도 쉽고요. 발달장애인 형제가 활동을 하면서 서로 대화를 시작하거나, 요리 활동하면서 봉사자로 참여하는 모습처럼 점진적인 변화를 발견하는 것도 다 사진 기록을 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돌이켜보면 우리가 무슨 일을 해 왔는지, 활동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를 복기하기에 기록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억 저장법입니다. 나의 발자취를 확인하고,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게 해 주는 계기가 되고, 반복되는 실수를 하지 않게끔 하는 제동장치가 되기도 합니다. 

마을기록문화관의 취지는 시민의 삶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냐가는 과정의 역사를 보전하고 공유하는 것인데요. 김찬경 대표와 이혜진 활동가는 이 취지에 공감하며 기록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삶까지도 풍부해지기를 희망했습니다. 다양성을 포용하는 세종시를 꿈꾸며 그들의 활동이 널리 알려지길 바라는 나로삶의 마음, 아카이브에 잘 보존하겠습니다. 



 
Interviewer : 정혜지 에디터
Interviewee : 나로삶 김찬경 대표, 이혜진 활동가
일시 : 2023.10.18(水), 10:00~11:10
장소 : 세종특별자치시 아름동 메모리팩토리 2층


ⓒ 2023, 세종특별자치시 마을기록문화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