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을 천주교 신자로 살아온 내가 명당을 논하는 풍수지리나, 가상의 동물인 용(龍)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다소 생경하고 겸연쩍다. 나는 일전에 금남면과 용을 연계해서 설명한 연기향토문화관장 임영수님의 글을 흥미롭게 읽고 오랫동안 관심을 두고 있었다.
요약해보자면 "금남면에는 유난히 용을 포함한 지명이 많다. 용은 우리 문화 속에서 오랫동안 왕권과 권력, 수신(水神)과 풍요, 위인(偉人)과 같은 위대하고 훌륭한 존재로 비유되어 왔다는 점에서 상서로운 일이며, 새로 이전한 행정수도를 금남면이 품고 있는 모양이 된 것은 이러한 용의 전설을 완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는 것이었다.
필자는 그간의 호기심에 쫒겨 세종시 마을기록문화관 소장 자료들, 금남면지(1997), 연기군지(1988), 디지털세종시문화대전, 세종문화원 사이버향토박물관 등 마을기록문화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다양한 자료를 뒤적여 조사하면서 정말로 금남면의 지명 중에 용자가 많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세종시의 용(龍)자가 들어간 마을 >
금남면 용포리(龍浦里)는 계룡산(鷄龍山)의 산줄기가 이곳에서 멈추었고, 이곳에 네 개의 포구가 있었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현재 대평감리교회와 버스정류장 사이에 있는 마을 "구렁목"은 아홉 마리의 용이 웅크리고 앉아있어 행운이 깃든 형국의 명당이라는 의미라 한다. 구렁말, 구룡리, 꿩말, 구렁말, 구룡말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또 금남면 용담리(龍潭里)가 있다. 평지와 낮은 구릉지로 이뤄져 있고, 서쪽에 금강의 지천인 "용수천"이 남북으로 흐르며, 남쪽의 작은 하천이 용수천으로 흘러든다. 이곳에는 용이 하늘로 올랐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비룡소(飛龍沼)"가 있었는데 일제 강점기에는 용담(龍潭)이라 부르기도 했다. 현재 용담리 1구 옹기가마터 건너편에 자리했다고 하며, 맹사성이 이곳에서 낚시를 하던 중 용이 승천하는 곳을 보고 비룡소라 이름지었다는 전설이 있다.
축산리에는 "구렁말"이 있는데 아홉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모양인 구룡정주형(九龍爭珠形)의 명당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금천리 1구에는 영티가는 길가에 두 개의 샘이 있으니 큰 용수샘과 작은 용수샘이 그것이다. 전해지기로는 이 두 샘은 깊이가 끝이 없으며 이 샘에서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다.
황용리(黃龍里)는 예로부터 동고지, 둥구지, 황용(黃龍)이라 불렸다. 원황용은 서쪽 마을 동네 뒷산이 용처럼 굽이굽이 내려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1구가 "원황용"이고 2구가 "황용"이다. 풍수지리설에 전해지기는 황용도하형(黃龍都下形) 명당과 신지(神地)가 있다 해서 동신지라 불렸는데 그 동신지가 지금 원황용 마을이다.
호탄리의 용머리골 마을은 동네에서 동쪽으로 있는 마을로 용의 머리 형국을 하고 있다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도암리 2구에 있는 마을 앞에는 길게 펼져친 용의 형상을 한 바위가 있어 이를 "용바위"라 한다. 또한 성동리에는 마을 입구 우측에 있는 산을 "청용산"이라 하고 그곳을 잇는 재를 "청용재"라 한다.
다른 지역에서도 용(龍)자가 포함된 지명이 있고, 세종시의 다른 면에도 용자 지명이 더러 있지만, 유독 금남면에 세기 어려울 정도의 용자를 포함한 지명이 매우 많고, 향토사학자들이 이를 예사로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일국의 행정수도가 이전하고 세종시가 신설되고, 신도시를 떠받치는듯한 남쪽에 금남면이 위치하니 더욱 설득력과 관심이 모아지게 되는 것이다.
< 세종시 정부청사 사진 >
(출처 : 정부 청사관리본부 홈페이지 )
마치 몸을 비틀고 있는 용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결국 금남면에 이런 용자 지명이 붙여질 때에 과연 우리나라 정부가 세종시로 이전할 것을 염두에 둔 사람은 없었겠지만, 그래도 전설 속 용의 상서로운 기운을 품고 오랫동안 무엇인가 그것이 이루어질 것을 예견하고 믿고 기다린 힘이 결국 행정수도의 이전을 이룬 에너지의 바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정부청사가 마치 몸을 비틀고 있는 용의 모습처럼 17개의 건물이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국무총리실이 용의 머리, 문체부 부분이 용의 꼬리에 해당되는 모양이며, 앞에 호수공원은 화룡점정이라 할 것이다.
행복도시건설청 관계자는 "당초 설계 작품에 용의 개념이 포함된 것은 아니다."라고 하지만 저층 위주의 건축과 자연환경을 살리다보니 결과적으로 용처럼 길고 구불구불한 모습이 됐다."고 설명했다.
금남면이 용을 품고 오랜 세월을 믿고 기다려온 행정수도 세종시가 부디 용처럼 상서로운 기운을 잃지 말고, 우리나라를 이끄는 훌륭한 도시로 발전하기를 기대하면서 또한 금남면도 세종시와 함께 더 큰 발전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