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6일, 세종-연서 ‘봄이 왔나봄’ 축제 현장인 고복저수지에서는 지역의 오랜 전통이 현재와 만나는 특별한 장이 펼쳐졌다. 이날은 세종시 무형문화재 제2호로 지정된 용암강다리기와 공동체 놀이인 단심줄놀이가 진행되었으며, ‘2025 세종-연서 봄이 왔나봄’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자리 잡았다. 용암리 마을 주민을 비롯한 다양한 시민들이 함께 참여한 이 행사는, 단순한 축제를 넘어 마을의 뿌리를 되새기고 공동체의 정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행사중 줄다리는 장면>
(촬영 : 2025. 04.06)
마을의 뿌리, 용암강다리기는 세종시 연서면 용암리에서 전해 내려오는 민속 줄다리기이다. 그 기원은 임진왜란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왜군의 침입으로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마을 주민들과 비암사 승려들이 함께 힘을 모은 것이 이 놀음의 시작이었다고 전해진다. 놀이는 매년 음력 정월 대보름 다음 날인 16일에 진행되며, 수신제(水神祭)와 목신제(木神祭) 등의 제의도 함께 이루어지는 의례적 성격을 가진다. 줄다리기에 쓰이는 중심 줄은 길이 5m의 용목이라 불리는 통나무로, 그 양 끝에 ‘강’이라 불리는 줄을 매달아 남성과 여성이 각각 당긴다. 전통적으로 여성 쪽이 승리하면 그 해 풍년이 든다는 믿음이 있어, 미혼 남성들이 여성 편에 서는 독특한 문화가 남아 있다. 이번 축제에서도 이 같은 구조는 그대로 재현되었고, 전통의 맥을 잇는 장면들이 연출되었다.
<행사장의 팽팽한 긴장감>
(촬영 : 2025.04.06)
이날 줄을 당기는 이들의 얼굴에는 긴장보다는 웃음이 가득했다. 일부러 줄을 놓고 넘어지는 장면에서는 주변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고, 사회자는 “남성들이 여성에게 져주면 가정이 잘되는 거 아시죠?”라는 유쾌한 멘트로 참가자들의 웃음을 끌어내며 축제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이 줄다리기는 단순히 승패를 가리는 놀이가 아니라, 마을 공동체의 유대와 정이 오가는 삶의 한 장면이자 소중한 기록이었다.
<여성승리 얼씨구>
(촬영 : 2025.04.06)
<남성 패배 아이구~~>
(촬영 : 2025.04.06)
행사장에서 만난 용암강다리기보존회 차응선 이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 줄은 그냥 밧줄이 아니여. 조상들의 땀과 단합이 담긴 생명줄이여.” 그 말처럼,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이들 모두는 단순한 축제를 넘어서, 줄을 당기며 문화의 깊은 의미를 손끝으로 느끼고 있었다. 차응선 이장에 따르면, 용암강다리기 행사는 어릴 적부터 마을에서 이어져 온 전통이라고 한다. 실제로 용암강다리기는 400여 년 전부터 매년 음력 1월 16일, 마을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며 남녀로 편을 갈라 줄다리기를 벌여온 민속놀이로, 세종특별자치시 연서면 용암리에서만 전승되고 있다. 1998년 전국 민속예술경연대회에 충청남도(당시 연기군) 대표로 출전하면서 용암강다리기는 연기군을 대표하는 민속놀이로 자리매김했고, 이후 세종시의 대표 민속행사로 이어져 오고 있다. “용암강다리기만으로는 다소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어, 1998년 이후부터는 목신제도 함께 열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용암강다리기는 수신제와 목신제, 그리고 줄다리기 행사가 어우러져 마을의 화합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오랜 세월 마을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이어온 용암강다리기는 세종시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예전 행사장면>
(출처 : 세종특별자치시 공식 BLOG_세종스토리)
축제가 끝난 지 이틀 뒤, 필자는 용암리 마을회관 2층에 자리한 경로당을 찾았다. 그곳에서 마을 어르신 몇 분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중, 82세 할머니께서 들려주신 말씀이 특히 인상 깊었다. “내가 스무 살에 시집와서 처음 이 행사를 봤지. 그 뒤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참여했어.” 짧지만 깊은 이 한마디에는 오랜 세월 마을 전통을 지켜온 자부심과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용암리 마을회관>
(촬영 : 2025.04.06)
이번 ‘봄이 왔나봄’ 축제를 바라본 필자는, 그저 관람객이 아니라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번 축제는 단순한 행사나 볼거리를 넘어, ‘참여 그 자체가 전통’이었다. 줄을 매고, 손을 맞잡고, 웃고 떠드는 그 모든 순간이 살아있는 마을의 역사였으며, 필자는 그 한가운데에서 마을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꼈다. 누군가는 줄다리기를 하나의 놀이로 기억하겠지만, 나에게 그것은 세대를 잇고 사람을 잇는 삶의 이야기였다. 그 줄에는 조상들의 땀이, 마을 사람들의 온기가, 그리고 앞으로 이어갈 후손들의 희망이 함께 얽혀 있었다.
<예전 목신제 지내는 장면>
(출처 : 세종특별자치시 공식 BLOG_세종스토리)
전통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들의 손’에서 계속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줄을 당기는 그 손 안에서, 필자는 우리의 문화와 정체성을 느꼈고, 그것을 기록하는 것이야말로 마을기록가로서의 나의 사명이라 여겼다.
<강줄메기 장면>
(출처 : 세종특별자치시 공식 BLOG_세종스토리)
<강다리기에 쓰일 줄을 만드는 광경>
(출처 : 세종특별자치시 공식 BLOG_세종스토리)
필자는 오늘도 그 따뜻한 손길과 웃음을 기록하며, 다음 세대에게 전할 우리의 이야기를 한 줄 한 줄 써 내려간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마을의 얼굴이자, 미래로 이어지는 생생한 역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