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동_일상

세종의 교량 - 이응다리와 학나래교

김상구
게시일 2025.11.06  | 최종수정일 2026.06.08

[글 / 지역문화기록가 김상구]


 

우리 시의 지도를 펼쳐보면, 도시의 중심부를 남북으로 시원하게 관통하는 금강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이 금강의 흐름 위로 10여 개의 교량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다리들은 차량 통행을 위한 구조물이라는 실용적 목적 외에도 각기 다른 이름과 디자인, 공법을 지니고 있다. 교량 하나하나에 순우리말 이름을 붙이고 고유한 형상과 상징을 담아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 도시를 대표하는 ‘이응다리’와 기능적 혁신을 구현한 ‘학나래교’는 세종시의 건축 미학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세종을 잇는 원형의 랜드마크, 이응다리
세종시민이라면 누구나 ‘이응다리’, 즉 금강보행교를 세종의 랜드마크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이 다리는 보람동과 금강 북쪽의 중앙공원을 연결하며, 차량 통행이 아닌 오직 보행자만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 형태는 한국의 전통미와 도시의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



이응다리가 가진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단연 그 원형의 순환 구조이다. 이는 한글 자음 ‘ㅇ’을 형상화하였다고 하여 ‘이응다리’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한글은 세종대왕의 위대한 유산이며, 세종이라는 도시 이름의 근원이기도 하다. 따라서 ‘ㅇ’의 형태는 세종시가 품은 역사적 정체성을 건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응다리는 단순한 원형 구조에 그치지 않는다. 그 길이는 1,446m로,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해인 1446년을 기념하여 정해진 것이다. 이렇듯 다리 하나를 놓는 데에도 역사와 인문학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세종시의 섬세한 도시계획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이응다리는 국내 최초의 복층 일면 강관 트러스교로 지어져 있다. 상층부는 보행 전용 공간으로 시민들이 금강의 풍경을 조망하며 걸을 수 있게 되어 있고, 하층부는 자전거 전용 도로로 분리되어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과 편의를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다리 위에는 전망대, 쉼터, 그늘막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이응다리는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시민들이 모여 여가를 즐기는 도시의 문화적 광장 역할을 하고 있다.

 

< 세종시청과 이응다리 >
(촬영 : 2024년 2월)



기능과 실용의 혁신, 이중 구조의 학나래교
우리 시의 남쪽 관문에서는 또 하나의 다리, 학나래교를 만날 수 있다. 이 다리는 세종시의 새벽을 연다는 의미로 ‘학의 날갯짓’을 형상화한 V형 주탑을 가진 엑스트라도즈교 형식으로 지어져 있다. 한두리교의 돛단배 형상이나 아람찬교의 매의 날갯짓 등 다른 교량들이 화려한 상징성을 강조하고 있다면, 학나래교는 독창적인 미학적 가치와 더불어 실용적 기능성을 혁신적으로 결합하며 주목받고 있다.



학나래교의 가장 특별한 특징은 차량 통행로 아래에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별도의 통로가 마련된 이중 구조이다. 일반적인 교량이 차량 도로의 양쪽에 인도와 자전거 도로를 배치하는 데 비해, 학나래교는 차량 교량 하부 공간을 활용하여 통행로를 조성하고 있다.



이 이중 구조 덕분에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는 차량 통행로와 물리적으로 완전히 분리되어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교통사고의 위험이 크게 줄었으며, 날씨의 제약에서도 자유로운 통행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상부 교량이 자연스럽게 지붕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비가 오거나 햇볕이 강한 날에도 시민들은 금강변을 따라 자전거나 도보로 이동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특히 우천 시에도 달리기나 걷기를 즐기는 시민들에게 학나래교 하부 통로는 비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자 훌륭한 운동 공간이 되고 있다.



학나래교의 이러한 구조는 세종시가 추구하는 ‘걷기 좋고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의 철학을 구체화하고 있다. 금강과 세종의 3대 하천을 따라 조성된 수백 킬로미터의 자전거 및 보행 네트워크가 이 다리를 통해 끊김 없이 연결되고 있다. 그 결과 학나래교는 세종시민의 건강한 삶과 여가를 보장하는 핵심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 이는 교량의 목적이 단순히 이동 수단 제공을 넘어, 도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는 세종시의 분명한 건축적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 학나래교 >
(촬영 : 2025년 10월)
< 학나래교의 인도와 자전거도로 >
(촬영 : 2025년 10월)



세종시의 금강을 가로지르는 10여 개의 교량은 각자의 자리에서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다리들은 세종시가 지향하는 균형 잡힌 발전과 지속 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상징하고 있다. 한글의 ‘ㅇ’을 닮은 이응다리가 역사적 정체성과 보행 중심의 미래 도시상을 구현하고 있다면, 학나래교는 이중 구조를 통해 실용적 안전성과 여가 활동의 연속성을 제공하고 있다. 다른 다리들 또한 저마다의 순우리말 이름과 조형미를 통해 도시 건축에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이 다리들이 금강 위에 놓이면서 세종시는 단순한 행정도시를 넘어, 물길과 사람의 길이 아름답게 교차하는 수변 문화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다리들은 금강의 흐름을 따라 세종의 끊임없는 발전과 성장을 묵묵히 지켜보는 도시의 뼈대이자, 시민의 삶을 든든히 받쳐주는 기반이 될 것이다. 금강 위에 놓인 세종의 다리들은 곧 세종시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엮어주는 아름다운 실타래가 되고 있다.

 
< 학나래교의 인도에서 바라본 세종보 >
(촬영 : 2025년 10월)​​​​​



[참고문헌]
1. 세종시청 홈페이지: 「도시 인프라·교통시설 안내」, 교통정책과, 2024년.
2. 세종시 블로그:  「학나래교, 금강 위의 산책길」, 2020년.
3. 대전일보: 「세종 금강횡단교량 10개, 생활권 연결 교통망 역할」, 202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