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면_역사

부강팔경을 찾아서② 우산낙조, 황우산의 저녁노을을 노래하다.

아카이브 담당자
게시일 2026.08.24  | 최종수정일 2026.09.10

 

글 / 윤철원


※이 글은 「세종의소리」에 연재된 윤철원의 칼럼 「부강 8경 돌아보기」로, 필자로부터 원고와 사진을 제공받아 마을기록문화관 다담에 게재합니다.

마을기록문화관은 세종시의 문화자원을 다양한 주제와 관점에서 아카이빙하고 이를 시민과 함께 나누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우산낙조(牛山落照)’황우산의 저녁노을을 뜻한다. 해발 194m의 나지막한 황우산은 현재 행정구역상 세종시 연동면 명학 2리에 속해 있다.
 
혹시 부강과 연동면 황우산은 행정구역이 다른데 어떻게 이곳이 부강팔경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을까 의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강과 황우산은 같은 동네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지리적·심리적으로 가까운 이웃이다. 그러니 굳이 행정구역을 따질 이유도 없었으리라.
 
비슷한 예로 과거 부강의 부호였던 김학현이 명학리 용댕이 산에 부친을 사모하는 뜻에서 원모정(遠慕亭)’을 세웠던 것도 이러한 지리적 연유와 정서적 유대감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황우산 자락엔 장수황씨의 집성촌인 황우재 마을이 있다. 조선 초기 명재상이었던 황희 정승의 증손, 황첩(黃堞) 선생이 연산군 시절 혼란스러운 정국을 피해 이곳으로 낙향한 이래 500여 년 동안 그 후손들이 대를 이어 살아온 터전이다.
 
황우산에는 황소가 강을 건너는 형국(黃牛渡江形)’이나 소가 밭을 가는 형국(行牛耕田形)’의 명당이 있다는 풍수설이 전해 온다. 이곳을 소()의 형국에 대입한 것은, 아마도 이곳에 대대로 집성촌을 이룬 장수황씨(長水黃氏)의 정체성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황소의 도전적인 용맹과 근면함을 성씨()와 엮어 후대의 번영을 염원했던 선조들의 소망이 녹아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지리적 여건과 역사성, 그리고 풍수설에 담긴 뜻을 헤아리며 시를 감상한다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좀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면 황우산의 붉은 노을을 상상하며 우산낙조에 담긴 울림을 함께 살펴보기로 한다.
 
우산낙조(牛山落照, 황우산의 저녁노을)


고성낙조사림근 (孤城落照射林根)
황우산에 지는 노을 숲속 바닥까지 비추고
 
우영도현방목원 (牛影倒懸放牧園)
목장의 소 그림자는 거꾸로 매달린 듯.
 
수도사홍무한호 (雖道斜紅無限好)
비껴드는 붉은 노을 무한히도 좋지만
 
지혐모자유시혼 (只嫌暮紫有時昏)
그냥 싫은 것은 자색 노을 어두워질 때라.
 
촉협영귀공부적 (蜀峽咏歸工部迹)
이 풍경, 촉협에서 시 읊고 돌아가던 두보의 자취인가.
 
제잠읍하경공혼 (齊岑泣下景公魂)
제나라 우산(牛山)에서 눈물짓던 경공의 넋이런가.
 
가령만조장여차 (假令晩眺長如此)
만약 저녁 경치 늘 이와 같다면
 
불석청전대주준 (不惜靑錢對酒樽)
돈 아끼지 않고 술잔을 대하련만.

 
<황소바위, 황우산 자락에 있는 황룡사 경내에 있다.>



1~2: '고성(孤城)'은 백제 시대의 토성이 있는 황우산성을 뜻한다. 현재는 훼손이 심해 구별하기 어렵다.
 
첫 구절은 숲속 나무뿌리까지 깊숙이 비추는 황우산의 강렬한 저녁노을을 그렸다. '쏠 사()' 자를 써서 노을빛의 강렬함을 살렸다.
 
둘째 구절의 거꾸로 매달린 소 그림자(牛影倒懸)’라는 표현이 흥미롭다. 해가 능선에 걸리며 소의 그림자가 땅 위에 길게 늘어진 풍경을 묘사한 것이다. 마을의 평화로운 정취가 물씬 느껴진다.
 
3~4: 시인은 비껴드는 붉은 노을(斜紅)을 예찬하면서도, 검붉게 변한 보랏빛 노을’(暮紫)이 곧 어두움으로 바뀔 것을 아쉬워한다. 최고조에 이른 아름다움이 이내 사라지는 자연의 섭리를 안타까워하는 대목이다.
 
5~6: 시인은 옛 촉나라 땅에서 궁핍함에도 시를 읊조리며 내면적 경지에 오른 두보의 자취가 서린 듯(工部迹)하다고 했다. 그리고 제나라 경공이 우산에 올라 인생의 허무함에 눈물 흘렸던 고사를 인용했다. 붉은 노을 속에서 옛사람들이 느낀 인생의 덧없음을 공유한 것이다.
 
7~8: 비록 덧없는 인생이지만, 이 아름다운 순간을 붙잡을 수 있다면 돈을 아끼지 않고 술을 마시며 즐기겠다는 그윽한 풍류로 시를 맺는다. 청전(靑錢)은 청동으로 주조한 엽전’, 주준(酒樽)은 술이 담긴 술통을 뜻한다.
 
이 시는 황우산의 저녁노을을 통해 느낀 인간의 유한함을 풍류로 승화시켰다. 아름다운 자연을 노래한 시인의 여유로움과 낭만이 멋져 보인다.

 
<부강팔경 위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