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원읍_역사

공간 재생(再生)의 선진지, 조치원문화정원

아카이브 담당자
게시일 2023.10.17  | 최종수정일 2025.05.02

세종시의 다양한 이야기를 모아, 새로운 가치를 발견합니다.
'마을의 변화'를 다루는 주제는 세종특별자치시 내 변화 양상을 추적·기록하여,
그곳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와 기록을 주민이 직접 이야기로 풀이한 콘텐츠입니다.

 
폐건물에는 음산한 기운은 물론이고, 지역의 미관을 저해하는 공간이다. 그렇다면 음산한 기운이 깃든 과거의 공간에 현대적 의미를 투영하여 색다른 공간으로 재편하는 것이 가능할까? 세종특별자치시에는 과거의 공간에 현대적 감각을 조영하여 새로운 공간의미를 부여한 선진사례가 존재한다. '조치원문화정원'에서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 재창출의 의미를 살펴보자.

조치원문화정원은 단순히 옛 SOC 시설을 리모델링한 장소가 아니다. 낡고 빛바랜것에 새로운 옷과 색을 입힌다고, 새로운 역할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치원'이라는 지역의 특색을 적절히 발현시키고, 누구나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색다른 선진 공간으로 재탄생한 조치원문화정원. 지금부터 기록을 통해 들여다보자.

감천류여람(甘泉流如藍)의 공간


감미로운 샘물이 흐르며 그 속에 맑은 하늘이 담겨있다면 얼마나 맑은 물이 흐르는 걸까? 일제강점기인 1934년 일제에 의해 도시체계가 정비되고,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던 조치원은 보다 나은 정주환경을 정비하기 위해 상수도 부설이 시작되었다. 이듬해 조천(鳥川)의 원수를 깨끗하게 정수하여 도심 곳곳으로 송수할 첫 시작점 '조치원 정수장'이 가동을 개시했다. 일제강점기 일제의 식민지 경영을 위한 사회기반시설(SOC)의 일환으로 시작된 조치원 정수장은 무려 78년 동안 안정적인 상수도를 조치원 일대 주민과 시설에 공급하였다. 정수장이 첫 가동을 시작할 무렵 설립 목적으로 추정되는 현판이 아직도 '기억공간' 정문 머리 위에 새겨져있다.
1930년대 조치원 정수장 전경
1930년대 조치원 정수장 전경
(조치원문화정원 팜플렛 발췌)

1945년 광복 이후에도 맑은 물을 생산하는 정수장 역할은 이어졌다. 특히 1982년과 1993년에 여과기와 침전기가 신설되어 일일 공급용량을 극대화시켰다. 두 정수설비는 산업화 이후 급속도로 오염된 조천의 원수를 보다 효과적으로 응집해 침전시키고, 청수(淸水)를 생산하는데 기여했다. 이처럼 보다 효과적인 시설투자를 진행하며, 조치원 일대의 상수도 공급의 전천후 역할을 수행하던 조치원 정수장도 세월의 흐름과 도시화의 가속화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조치원문화공간 내 원형보존된 '침전기와 여과기'의 모습
조치원문화공간 내 원형보존된 '침전기와 여과기'

두 차례의 커다란 시설물 현대화 사업과 더불어 크고 작은 개량작업을 진행했음에도 원수 공급망의 불안정성과 시설 노후화 등의 영향으로 2000년대부터 인근의 대청댐 상수원 활용에 대한 논의가 전개되었다. 이윽고 2009년 '대청광역상수도 2단계' 작업에 조치원읍과 서면일원 급수체계 가설이 가시화 되었고, 이듬해 조치원정수장 폐장과 대청댐광역 공급계획이 입안되면서 조치원정수장 정수기능 역할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재생(再生)을 통한 역사문화공간으로의 재편

 
조치원문화정원 전경
조치원문화정원 전경
2010년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조치원은 물론이고 인근지역의 상수도 공급을 책임지던 조치원 정수장의 폐쇄가 결정되었다. 이 무렵 세종특별자치시 출범도 앞둔 상태에서 대대적인 상수도 공급망 정비 작업은 도시망 구축을 위해 필수 작업이었다. 근대 산업유산 중 하나로 볼 수 있는 조치원 정수장의 앞날은 불투명한 실정이었다. 2013년 4월까지 조천의 원수를 정수하여 상수도를 공급하던 조치원 정수장의 불이 꺼졌다. 이후 정수장 시설물에 대한 향후 활용 방안에 대해 많은 의경이 오갔고,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되며 다시금 조치원 정수장의 불이 켜졌다.

2018년 세종문화정원 조치원 정수장 설계공모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조치원 정수장 '재생'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1년 6개월여의 시간이 흐른 후인 2019년 7월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콘크리트 구조물의 차갑고 딱딱한 분위기는 은은한 조명이 돋보이는 전시공간으로 재편되었고, 물 흐르는 소리와 이따금 들리는 기계음 이외에 적막감이 감돌던 정수장 내부는 클래식 음악과 방문객의 담소 소리로 채워졌다. 78년 정수장 공간이 새로운 모습으로 누구나 올 수 있고,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조치원문화정원'으로 "再生"된 것이다.

조치원문화정원으로 재생된 정수장 공간은 단순히 시설물을 재편한 것에 그치지 않고, 현대적 쓰임에 알맞게 공간 역할을 재부여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전술했듯이 지하 저수시설은 전시조명을 활용하여 몰입감 높은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했고, 옛 정수장의 관리동은 한쪽 벽면을 허물어서 채광을 확보한 후 많은 사람이 편안하게 오갈 수 있도록 창작과 교육 공간으로 재편했다. 나아가 1935년에 건립된 붉은 벽돌의 정수장 건물은 크고 작은 파이프 라인과 지붕의 목재 구조물 원형을 최대한 활용하여 전시시설 겸 마을 카페로 공간을 변화시켰다.
조치원문화정원은 과거 정수장의 역사적 가치와 주민의 기억이 공존하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았다. 과거 사회기반시설의 기억과 오늘날 복합문화공간이라는 기억이 적절하게 융합된 공간이다. 지역민은 물론이고 외부 방문객의 이목까지 사로잡은 조치원문화정원은 '공간 재생'의 선진지로 꼽을 수 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구축 건축물을 리모델링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지역민·방문객과 함께하며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맑은 샘물이 흐르던 조치원문화정원에 방문하여 내 마음도 정화하는 시간을 갖아보는 것은 어떨까?

[출처]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문화정원 공식블로그
사학연금 <쪽빛 샘물이 흐르는 공간>

 
ⓒ 2023, 세종시 마을기록문화관 에디터